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은 모니터링 이어폰-노블오디오 제퍼(ZEPHYR)리뷰

jaes****
2021-09-17
조회수 1119

 이미지 출처-노블오디오

노블오디오는 ‘소리의 마법사(Wizard)’라는 별명을 가진, 청력학자이자 뛰어난 음향 엔지니어인 존 몰튼(John moulton)이 설립한 인이어 모니터(IEM) 이어폰 전문제작사로, 제가 생각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몇 안되는 이어폰 제조사들 중 하나입니다. 노블(NOBLE)의 의미는 ‘고귀한’, ‘고결한’, ‘귀족의’ ‘허풍이나 속임수가 없는(no-bull)’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처럼 고급스럽고 훌륭한 튜닝의, 수준 높은 사운드를 가진 이어폰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제퍼(Zephyr)는 노블오디오의 이어폰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입니다. 물론 가격만 보자면 술탄이나 칸과 같이 더 비싼 모델들도 있으나, 제퍼는 오래 들어도 귀가 피로해지지 않는 편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에 있어 제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퍼의 사운드 시그니쳐는‘Reference of Neutral’로, 특정 대역이 강조되지 않은 평탄한 이미지의, 작곡가가 레코딩에서 의도한 원음을 그대로 정확하게 왜곡 없이 전달해주는, 래퍼런스적인 모니터링 성향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러면서도 기계적인, 음악 장비같은 느낌을 주는 타사의 래퍼런스 모니터 성향의 이어폰들과는 달리 중립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악성 또한 잃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노블오디오는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소리를 판매하는 조직”이라는 개발자의 철학에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부분입니다. 프로 음향 엔지니어와 음악 아티스트들을 위해 제작되었으나 음악 감상을 하는 일반 오디오 매니아분들까지도 만족시킬만한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노블오디오

제퍼 스탠다드의 하우징과 내부 구조입니다. 하우징은 절삭 가공한 통 알루미늄으로 튼튼하게 제작되었으며 인체공학적으로 귀 모양에 잘 맞게 완만한 곡선으로 만들어져 착용감도 편했습니다. 페이스플레이트의 검은 매트릭스 패턴이 포인트인, 심플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퍼의 드라이버 구성은 2BA(Knowles특주noble커스텀)+1DD(10mm/황동하우징)입니다. DD 1개는 서브 베이스를, BA 1개는 베이스~미드를, 또다른 BA 1개는 미드~하이를 나누어서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술탄에 쓰인 정전식 드라이버나 칸의 피에조 드라이버, M3의 ABM과 같은 최신 기술의 드라이버 대신 BA 둘+다이나믹 하나의 다소 고전적인 드라이버 구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자식 크로스오버가 사용되지 않아 보다 네추럴한 사운드를 형성합니다.

우선 2BA 드라이버 구성은 가장 호불호가 적게 갈리는, 대체로 실패가 적은 안정적인 유닛 구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2BA 리시버들로 UMPRO20, SE425, ls200is등이 있으며, 특히 노블오디오의 전작 사반트를 들어보면 2BA 특유의 그 안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BA만으로는 특히 저음역대에 대한 표현에 한계가 있어 이에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하나 추가하여 저역의 부족한 부분마저 보강한 모델이 바로 제퍼입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드라이버가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사용되었으나 사운드가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튜닝을 잘 하여 크로스오버 영역에서의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드라이버 간의 음향 간섭 없이 BA와 DD의 장점만을 절묘하게 가져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밸런스드 아마추어와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구조    이미지 출처-Knowles 사, hifigo.com

제퍼 스탠다드의 정가는 208만원입니다. 물론 208만원어치 이어폰 치고는 내부 구조가 꽤나 단순하고, 특히 스펙 상 드라이버가 단3개 밖에 사용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드라이버가 많이 들어갈수록 이어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곤 합니다. 당장 노블의 시작이라 할수 있는 이어폰 K10부터도 사운드의 완성도에 더해 한 쪽당 10개라는, 많은 수의 드라이버를 사용했다는 사실 덕분에 더 화제가 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이어폰 제작사들의 경우에도 대체로 드라이버 갯수가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어폰의 가격에서 드라이버의 원가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연구개발비와 해당 제작사의 튜닝 노하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노블오디오에서 2BA리시버 구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마침내 원하는 사운드를 찾아 제퍼를 완성시키기까지 약 6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제퍼를 들어보면 제작자인 존이 자신이 구현하고자 했던 소리에 대해 처음부터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제퍼는 기존의 기성품 BA드라이버를 조합하여 튜닝한 것이 아닌, BA드라이버 자체의 주파수 대역을 튜닝하여 BA전문 제작업체인 놀스 사에 특별 주문 제작한, 고가의 특주BA드라이버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사용하여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정밀한 튜닝을 구현하였으며, 다이나믹 드라이버 또한 저역에 깊은 울림을 주는 황동 하우징으로 마감하여 부품 자체의 제작비도 상당히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음샵에 가서 직접 제퍼의 사운드를 들어보신다면 드라이버의 개수는 제퍼를 평가하는데 있어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프 출처-banbeu.com

제퍼의 주파수 측정치 그래프입니다. 그래프 가로축의 왼쪽으로 갈수록 저음역대,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음역대이며 세로축은 각 주파수별 소리크기(dB)를 나타냅니다. 제퍼를 처음 들었을때의 인상은 정말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정직하고 평범한 사운드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며, 새롭고 신기한 사운드를 들었을 때의 재미와 놀라움 같은 것은 한번에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제퍼의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어필하는 이어폰들은 많이 있으나, 생각보다 제퍼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면서 저중고 전 대역이 균형있게 잘 나오는, 음악 장르와 유행을 타지 않는, 딱히 단점이 없는 완성형 사운드의 이어폰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어느 한쪽 영역에 치우치지 않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토널 밸런스를 구현하였다는 점이 제퍼가 특히 음향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제퍼 그래프 아래의 두 그래프는 가장 모니터링 성향에 가깝다고 알려진 이어폰인 애티모틱의 ER4SR과 64오디오의 U18Tzar입니다. 두 모델에 비해 제퍼의 극저역 주파수가 약간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보통의 모니터링 성향 이어폰들은 BA드라이버로만 구성되어 저음 양감이 많지 않고 무미건조한 인상을 주는 반면, 제퍼는 이를 보완하고자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추가로 사용되어 저역이 딱 적당한 수준으로 보강되었으며, 깊이 있고 풍부한 고해상도의 저음을 구현해줍니다.

그러면서도 제퍼의 저역은 저음양감이 너무 많거나 뭉치거나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과장된 부분 없이 적절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저역이 과하다’ 보다는 ‘저역 주파수가 좋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맑고 넓게 펼쳐지는 듯한 부드러운 저역을 통해 마치 라이브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넓은 공간감을 구현해내면서도 그 넓은 공간을 적절히 밀도감 있게 채워줍니다. 그럼에도 제퍼의 저역은 보컬과 중역대를 전혀 침범하지 않습니다. 이는 선명한 보컬과 깔끔하고 분리도가 높은 중역대, 막힘 없이 잘 나와주는 개방감있는 고역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흔히 V자 펀사운드에서 들을 수 있는 쿵쾅대는 자극적인 저음과는 달리, 제퍼는 저음의 표현이 섬세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 전체적인 조화를 완성하는 형태의 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저역대 주파수에 대한 튜닝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중역대는 그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며 허전함이 없이 중간 부분을 채워주면서 가운데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역대에서는 안정적인 밸런스가 유지되는 것과 더불어 좋은 해상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음 분리도가 높아 여러 악기 소리들과 보컬이 서로 가려지지 않고 정위치에 질서있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복잡한 대편성 구성의 곡에서 수많은 악기소리들이 동시에 튀어나와도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소리에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모든 음들이 정확하게 잘 들리고, 각각의 소리의 디테일과 레이어가 아주 명료하게 구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리가 인위적으로 딱딱 분리되었다는 느낌은 없었으며, 각 층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매우 정확하고 사실적인 표현력과 눈앞에 보컬과 연주자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무대가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컬의 숨소리와 떨림과, 배경에 깔리는 기타리프와, 드럼의 킥과 심벌즈의 웅웅대는 잔향과, 코러스 맴버 하나하나까지..마치 흐릿하게 껴 있던 막이 벗겨진 것처럼 극도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흔히 말하는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역 또한 보통 칼같이 예리하게 튜닝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타 모니터링 이어폰들과는 달리, 고역이 정밀하면서도 음선이 빈약하거나 찌르거나 날카롭거나 거칠지 않고, 약간 밝고 촉촉하면서도 적당한 굵기의 음선으로 매끄럽고 완만하게 고음이 나오도록 튜닝되어 귀에 피로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역 성향이 지나치게 강렬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결코 자극적이지 않으며, 저역과 중역처럼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막혀있다는 느낌 없이 고역이 개방감있게 잘 올라갑니다. 고역이 잘려나간 것이 아닌 초고역까지 생생히 살아있으면서도 차가운 날선 부분이 잘 정제되어있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치찰음(‘ㅅ’, ‘ㅊ’, ‘ㅌ’ 등 센 발음에서의 치직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여러 이어폰들을 들어봤지만 이어폰의 쏘는 고역과 치찰음을 잘 잡는 것은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며, 고역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튜닝에도 많은 노력을 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오래 들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고역입니다. 

*사실 리뷰 편의상 저음, 중음, 고음을 나눠서 설명드리긴 했지만, 실제로는 음역대별로 느낌이 어떻다기 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음악 전체를 듣는다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다음은 제가 제퍼를 청음하면서 테스트용으로 들었던 트랙들입니다.

*비교대상은 일반적인 삼성 번들이어폰입니다. *DAP는 A&K SE100을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인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 있으니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앨범아트 출처-벅스뮤직

자우림-이카루스

이 트랙에서는 주로 해상도와 악기들의 정위감을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들리지 않던, 후반부 배경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타리프를 들을 수 있었고, 위 아래의 코러스들이 더 명확하게 들렸으며, 메인보컬이 더 힘차게 들렸습니다


심규선-월령

이 트랙에서는 주로 공기감있는 보컬의 질감과 호흡이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보컬의 호흡소리가 더 생생히 전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으며, 보컬의 화음을 더 명확히 구분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현미-울면서 후회하네

이 트랙에서는 주로 고음 보컬과 현악기에 쏘는 느낌이나 치찰음이 없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확실히 날카로운 고음이 맑게 정제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치찰음 제어가 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이 트랙에서는 주로 전반부의 피아노 소리가 베이스나 드럼에 가려지지 않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피아노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으며, 배이스가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후반부 보컬과 코러스들의 디테일도 좋았습니다.


저스틴 비버-Peaches

이 트랙에서는 주로 보컬의 소울풀한 울림과, 하이햇과 스네어가 쏘거나 과해 자칫 보컬을 가리지는 않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보컬과 중음역이 중심을 잘 지키면서, 저음 타격감이 과하게 올라오지 않고 적당히 어우러졌습니다.


마빈 게이-What’s Going On

이 트랙에서는 주로 특유의 서정적인 보컬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잘 전해주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감성과 배경의 사람들의 소리를 더 잘 느낄 수 있었고, 귀가 더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Mozart: Dixit Dominus KV.193

이 트랙에서는 주로 대편성곡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단원들과의 하모니가 얼마나 잘, 조화롭게 들리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각 화음이 더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들렸으며, 콘서트홀의 공간감 또한 잘 느껴졌습니다.


마크 빈센트-Book Of Love

이 트랙에서는 주로 첼로 현과 테너 보컬의 울림의 깊이를 얼마나 잘 표현해주는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목소리의 따뜻한 온기와 극저역의 고급스런 느낌이 잘 느껴졌으며, 첼로 현을 켜고 튕기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검정치마-Everything

이 트랙에서는 주로 저음의 깊이있는 느낌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베이스가 벙벙대지는 않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느리고 묵직한 느낌의 분위기가 잘 전해졌고, 저음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닥터 드레-Lil' Ghetto Boy

이 트랙에서는 주로 예전 힙합 장르의 로우파이한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주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더 빈티지한 느낌이 살아났으며, 흐릿한 분위기에서의 랩과 베이스리프의 느낌을 명확히 잘 살린 것 같습니다.


메탈리카-Atlas, Rise!

이 트랙에서는 주로 막힘 없이 직진하는 빠른 속도감과 공격적이고 힘찬 에너지를 잘 표현해내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보컬의 와일드한 느낌과 스네어와 심벌의 파워풀한 질감이 더 잘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아시스-Don't Look Back In Anger

이 트랙에서는 악기들의 어우러짐과 정위감, 입체적인 느낌을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연주가 좀 더 질서있고 정돈되게 느껴졌고, 후반부의 합창의 쏟아지는 이미지와 넓게 퍼져나가는 듯한 시원한 느낌도 더 잘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악뮤-물 만난 물고기(Live)

이 트랙에서는 라이브 녹음된 음원의 생생함이 얼마나 잘 살아나는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라이브의 생동감과 개방감이 좀 더 잘 전해졌으며, 라이브밴드의 사운드와 두 보컬의 화음도 밀도감있게 잘 살려냈습니다.


아이유-라일락

이 트랙에서는 도입부의 드럼 소리가 지나치게 쿵짝거리지는 않는지, 보컬과 배경음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보컬과 드럼이 좀 더 부드러워졌고, 클라이막스에서 보컬의 목소리가 끊기지 않고 잘 나왔습니다.


위대한 쇼맨 OST-The Greatest Show

이 트랙에서는 복잡하고 변칙적인 곡의 구성과 많은 정보량을 잘 소화해내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정보량이 늘어 귀에 더 많은 소리가 쏟아지는 느낌이었으며, 후반부가 더 웅장하면서도 보컬들의 동선이 정확히 구분되어 들렸습니다.


싹쓰리-다시 여기 바닷가

이 트랙에서는 댄스장르의 전자음과 비트가 귀를 피곤하게 하지는 않는지를 봅니다. 이 곡을 제퍼로 들었을 때 번들이어폰 대비 전자음의 해상도와 신선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귀를 자극하지 않도록 쏘는 부분이 잘 제어되었으며, 전자화음도 명확히 분리되어 들렸습니다.

*청음을 할 때 공식 인스트루멘탈(보컬 없이 반주만 있는)트랙이 있다면 원곡과 inst를 번갈아 들으면서, 원곡에 inst트랙에서 들은 악기소리들이 가려지지 않고 다 나오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제퍼의 경우 보컬과 반주가 잘 어우러지며 들려야 할 소리들이 다 들렸으며, 모든 각 코러스와 악기 파트들의 악보를 듣고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음이 정확하게 구별되어 들렸습니다. 이에 더해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전부 잘 소화해내는 올라운더적인 특성을 제퍼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종류의 음악만이 아닌, 저처럼 클래식부터 힙합과 메탈까지 여러 장르의 다양한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제퍼를 특히 추천할만 합니다. 또한 제퍼를 통해 여러 음반을 들었을 때 녹음과 믹싱이 잘 되지 않은 트랙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레코딩의 수준을 잘 판별할 수 있었습니다.


 +커스텀 케이블과 제퍼

사진 출처-노블오디오, 이펙트오디오

저는 이어폰을 고를 때 이어폰 본체 못지않게 신호가 전송되는 케이블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기본 케이블에 신경을 쓰지 않는 타 이어폰 제조사들과는 달리, 제퍼에는 고가의 노블 8심 OCC(고순도 단결정) 순동선 케이블이 기본 케이블로 들어갑니다. 노블은 이어폰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커스텀 케이블이 이어폰의 음질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고성능의 커스텀 케이블 또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본 케이블의 마감과 완성도가 다른 커스텀 케이블 전문업체 못지않게 상당히 높습니다. 기케는 제퍼의 기본 사운드를 충실하게 재생해주며, 심수가 8심으로 많아 정보량이 많고, 부드럽고 유연하며 터치 노이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별도의 DAP를 쓰는 분들을 위해 국내에도 기케를 2.5/4.4 밸런스드 단자로 하는 옵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성향에 맞는 2핀 방식의 다른 커스텀 케이블을 장착하여 사운드에 변화와 개선을 줄 수 있습니다. 확실히 청음을 해보면 케이블 업그레이드에 따른 체감할 수 있는 성능 향상과 소리의 변화가 있으며, 특히 제퍼와 같이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지 않은 중립적인 사운드의 이어폰은 그만큼 커스텀 케이블을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의 효과를 믿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제퍼를 케이블을 바꿔가며 한번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퍼 특유의 표준적인 사운드성향 덕분에 왠만해서는 어떤 케이블을 물려도 매칭이 좋은 편이고, 케이블 매칭을 바꿔가며 여러 색다른 느낌의 사운드들을 듣는 재미를 경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매칭한 케이블의 원래 성향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셰에 청음샵의 MD님과 유명 커스텀케이블 제조사 와그너스 등 여러 이어폰분야 종사자분들도 케이블 테스트용 래퍼런스로 제퍼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순은선 계열의 케이블들을 가장 좋게 들었고 음감 커뮤니티에선 와그너스 사의 옴니쉽과 홀리쉽, 노블의 할리8이나 쿼럼 케이블이 배스트매칭으로 추천되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청음샵에 가셔서 여러 케이블들을 직접 매칭해보시길 바랍니다. 제퍼라면 비싼 커스텀 케이블을 물려줘도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퍼 프레스티지(Zephyr Prestige)

-Birth of a Noble Prestige

-Noble Prestige Wizard Zephyr

제퍼 프레스티지의 제작 과정 영상, 장인 정신이 돋보입니다.

제퍼는 알루미늄 쉘의 일반 스탠다드 버전과는 별도로, 더 고급의, 다양한 하우징 소재를 사용한 프레스티지 버전이 있습니다. 프레스티지 버전은 노블의 마스터 빌더 존 몰튼이 직접 수작업으로 원목을 깎아 만들며, 재료 선정 및 외관 가공과 드라이버 장착, 쉘 마감과 아트 작업, 사운드 검수까지의 모든 제작 과정을 혼자서 도맡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작업으로 인해 제작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제작 기간도 8~12주 정도로 오랜 시간과 정성이 소요되어 프레스티지 버전은 일반판보다 121만원 더 비싼 329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제퍼 외에도 칸, 카타나, 카이저앙코르 등 노블오디오의 대표작들을 프레스티지로 제작의뢰/리쉘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소나기’나 ‘새벽’과 같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한정판 모델들도 프레스티지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새벽'은 제퍼의 고역을 정전식 드라이버를 적용해 더욱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있으니, 제퍼 프레스티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새벽도 한번 청음해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프레스티지 라인업은 각 모델 하나하나마다 전부 다른 재질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우드, 우드+레진, 미카르타, 카본 및 그 외 솔방울과 포드다이트 같은 온갖 특수하고 희귀한 소재들이 하우징으로 사용됩니다. 똑같은 디자인은 다시 제작되지 않습니다. 노블오디오[https://www.nobleaudio.com/]와 노블 국내 공식수입사인 사운드스퀘어[https://sound-square.co.kr/]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 하우징의 소재와 마감 등에 대해 개인별 맞춤 주문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특히 이어폰 내부 선재를 은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실버 와이어링 옵션[+15만원]은 가능한 추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실리콘으로 귓본을 떠서 자신의 귀에 딱 맞는 커스텀 인이어 쉘의 제작을 따로 요청할수도 있습니다.

프레스티지 쉘을 가공하는 Dr. John moulton. 정교한 작업을 위해 치과 드릴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오디오파이 

중요한 점은, 프레스티지 모델은 명품백처럼 단순히 외적인 디자인만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닌, 그 하우징의 소재 차이가 실질적으로 ‘소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어폰의 스펙을 볼 때 어떤 종류의 드라이버 조합을 사용했는지만을 주로 신경쓰지만, 이어폰은 소리가 하우징 내부에서 울리기 때문에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어떤 소재의 하우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소리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바이올린이나 기타같이 소리를 내는 악기들도 어떤 소재를 사용해 만들었는지를 대단히 중요하게 보는 만큼, 똑같이 소리를 내는 이어폰이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얇은 금속 소재를 사용해 나사로 조립한 스탠다드 쉘에 비해, 프레스티지 모델은 좀 더 두껍고 덜 자극적이면서 고급스런, 깊고 독특한 울림을 주는 소재들을 사용하여, 내부 유닛 구조는 같아도 하우징을 통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더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각각의 재질에 따라 모두 다른 소리가 나는 개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만이 가진 이어폰이라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프레스티지 모델마다 소리가 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어떤 소리인지 청음해보지 못한 상태로 구매해야 하는 것은 단점일 수도 있으나, 각각의 소리가 나름의 매력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유닛의 노즐 모양이 약간 다른데, 라디우스 사의 ‘딥마운트’이어팁을 장착해주면 착용감과 소리가 훨씬 더 향상된다고 합니다.

 물론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스탠다드 버전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예술적이면서 고유한 디자인의 가치와 더 수준 높은 사운드, 특히 부드러운 바람이라는 제퍼의 원래 의미에 더 걸맞는 경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제퍼 프레스티지 라인을 들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확실히 스탠다드에 비해 프레스티지 소재가 좀 더 감각적이고 부드러우며 깊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 줍니다. 청음샵에 갈 기회가 있으시다면 제퍼 스탠다드와 프레스티지를 꼭 한번 비교해서 청음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현재 노블오디오의 경쟁사로 여겨지는 회사들은, 64오디오는 tia 튜브리스 구조를, 엠파이어 이어스는 synX 크로스오버를 개발하는 등, 이어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제작사에는 없는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IEM기술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마스터빌더가 1:1 맞춤형 제작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 및 사운드 튜닝을 직접 담당하고, 하우징 소재에 따라 고유의 사운드 시그니쳐와 깊이있고 자연스런 울림을 형성하는 노블 프레스티지 프로그램이야 말로 위의 경쟁사들에 맞설 수 있는, 타 제조사에는 없는 노블오디오만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자 정체성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만 프레스티지 디자인의 단점으로는..정말 사진빨을 좀 못받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면 빛의 반사에 따라 쉘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가히 예술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니 한번 유닛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제퍼의 프레스티지 쉘 디자인들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팔렸다고 합니다..-“Once It’s gone, It’s gone”   사진 출처-셰에라자드


제퍼는 지금의 노블을 있게 한 전설적인 모델인 카이저K10의 명성과 임팩트..에는 아직은 약간은 못미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로이 노블을 상징하는 간판 모델이 등장했다고 봅니다. 제퍼는 위자드가 인터뷰에서 밝힌 이어폰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 철학과 신념들-내가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을 만들지 말자/좋은 소리만큼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하며 보기 좋은 만큼 좋은 소리로 만들어야 한다/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어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퍼도 K10만큼이나 오래가는 이어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제퍼 리뷰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만 했지만, 이건 정말로 마땅히 단점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런 것입니다.(애초에 제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은 리뷰를 아예 안 합니다). 특히 쭉 리뷰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다”, “밸런스가 좋다”-라는 표현들을 본의아니게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 3가지 표현들로 제퍼를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진부한 표현일 수 있으나, 제퍼는 정말로 귀에서 빼고싶지 않은, 계속해서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이어폰입니다. 질리지 않고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어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블오디오의 팬으로서 사운드스퀘어의 홈페이지에 저의 부족한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퍼의 뒤를 이어 앞으로 나올 노블오디오의 신제품들도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다음번엔 제퍼와 같은 2BA+1DD 멀티 드라이버 구성을 갖춘, 노블오디오의 새로운 무선이어폰: FoKus Pro TWS에 대한 리뷰를 한번 작성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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