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오디오 제퍼(ZEPHYR)와 칸(KHAN) 비교 리뷰

kdip****
2021-09-24
조회수 621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블오디오라는 브랜드의 간단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노블오디오’는 ‘noble’과 ‘no-bull’의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이는 고급스럽고 훌륭한 품질을 갖추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하지 않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나타냅니다. 기본적으로 제품들의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이 슬로건을 잘 지키고 있기에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셰에라자드

 

노블오디오의 설립자인 존 몰튼 박사(Dr. John Moulton)는 청력학 박사이며, 동시에‘wizard’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IEM 및 CIEM 제작자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노블의 커스텀 아트나 프리스티지 쉘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줍니다.

 


먼저 제퍼(ZEPHYR)의 경우 올해 1월, 비교적 최근 출시된 모델입니다. 1DD+2BA의 고전적인 구성이며, 사운드스퀘어에서 프로 엔지니어 및 아티스트들을 위한 IEM의 제작을 요청함으로써 개발이 진행되었기에 상당히 의미 있는 모델입니다. ‘Reference of Neutral’을 지향하며, 동시에 음악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소리를 목표로 하는 모델입니다.



외관을 보면 하우징은 무광 회색의 알루미늄 쉘이며, 플레이트의 경우 흰색 벌집 문양이 들어간 유광의 검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플레이트가 광택이 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몇몇 노블 제품들이 그러하듯 노즐이 다소 긴 편이기에 평소 쓰는 것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이어팁을 사용하여 깊숙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소스 기기는 아이폰 8+, DAC는 Hiby FC3를 사용하였습니다. 높은 가격대의 노블 제품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어폰은 편리성도 중요하기에 간소한 환경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내는가, 볼륨 확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등을 평가하기 위해 위와 같은 소스 기기를 사용했습니다. 제퍼는 볼륨 확보에 전혀 무리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몇몇 곡들을 들어본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튜브 링크만 삽입하기에는 다소 허전한 감이 있어 영상 썸네일도 같이 첨부하였습니다. 영상을 보시고 싶은 분께서는 썸네일 위의 링크를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M1AtrxztU

Clean Bandit – Rather Be

이 곡에서는 전반적인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보컬 해상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고음이나 저음이 깔끔하지 못하다면 거슬릴 수 있으나, 그런 면은 없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_Kt3OUav7M

Tchaikovsky Violin Concerto by Itzhak Perlman and the Philadelphia Orchestra

바이올린을 비록 취미로지만 10년이 넘게 연주해온 사람으로서 이어폰을 들어볼 때 항상 듣는 곡 중 하나입니다. 이 곡에서는 바이올린의 낮은음이나 첼로, 베이스 등의 저음 질감이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반주이기 때문에 분리도가 좋지 않은 이어폰의 경우 각각의 악기 소리를 듣기 어려운데, 제퍼를 통해서는 각 악기뿐만 아니라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여러 사람의 소리도 구별이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pgTC9MDx1o

Maroon5 – Animals

Maroon5의 보컬인 Adam Levine은 상당히 특색 있는 음색의 소유자입니다. 그로 인해 이어폰에 따라 보컬이 부담스럽게 들리거나, 착색 및 막이 낀 듯한 느낌이 있다면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제퍼는 레퍼런스를 지향하기에 당연히 착색이나 막이 낀 느낌은 없어야 하며, 이 조건을 잘 충족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KJiM9Njr8

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이 곡의 경우 드럼 소리나 전반적인 저음의 질감과 악기가 꽉 차 있는 음원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퍼의 경우 노블다운 밀도 있고 잔향감이 적은 저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럼 소리가 퍼지기보다는 귀에 꽂히는 느낌이며, 특히 탐탐(tom-tom drum)의 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들어본 모든 이어폰을 통틀어 이 곡에서 탐탐의 질감을 가장 잘 표현한 이어폰이라고 생각됩니다. 명확하게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스틱으로 드럼을 치는 그 질감이 정말 생생하게 표현되었으며, 이는 제퍼의 제작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또한 정위감이 좋기에 다양한 악기로 꽉 차 있는 소리도 뭉개지지 않도록 잘 표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RbPAVnqtcs


볼빨간사춘기 – 여행

이 곡은 제가 전반적인 밸런스와 저음의 질감을 테스트할 때 주로 듣는 곡입니다. 앞선 곡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음이 절제되고 정제된 느낌을 받았고, 이로 인해 다른 음역대를 방해하지 않고 굉장히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음원 자체가 보컬이 가깝게 들리기 때문에 부담스럽거나 거슬릴 수 있지만, 제퍼는 편안하면서도 섬세하기에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제퍼는 ‘Reference of Neutral’을 훌륭하게 표현해냈으며, 동시에 음악 감상에도 좋은 이어폰이라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 성향의 이어폰 중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Gaudio의 Nair와 비교했을 때, 제퍼는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또 다소 건조하고 감흥이 없을 수 있는 Nair와 달리 더 쫀득한 느낌의 듣는 재미도 더해진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다음으로 칸(KHAN)의 경우, 2019년 3월 출시한 모델로, 작년 11월에 프리스티지 모델이 출시된 조금은 오래된 제품입니다. 1DD+4BA+1piezo electric 구성으로, 존 몰튼 박사의 형인 짐 몰튼이 회사의 운영을 시작한 후 처음 발표된 모델입니다. 그렇기에 존 몰튼 박사 본인도 가장 애정이 간다고 말했으며, 동시에 긴 여행에 이어폰을 하나만 가지고 간다면 칸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할 정도의 완성도를 가졌습니다.

 


역시 외관부터 시작하자면, 칸의 쉘은 ABS 수지(플라스틱의 일종)로 제작되었으며, 플레이트는 M3 복합 소재에 ‘Mokume-gane(木目金)’ 기법으로 제작하여 각 제품이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모습이고, 단점이 있다면 플레이트의 패턴이 제품에 따라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퍼보다는 짧지만, 여전히 긴 노즐로 인해 이 제품도 평소보다 작은 사이즈의 이어팁을 통해 깊숙이 착용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칸의 리뷰에서도 제퍼와 같은 소스기기를 사용하였으며, 역시 볼륨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몇몇 곡들을 들어본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M1AtrxztU

Clean Bandit – Rather Be

이 곡을 들으며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하이햇 소리가 굉장히 잘 들린다는 점입니다. 이는 제퍼뿐만 아니라 많은 동 가격대의 제품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물론 칸보다 하이햇 소리가 잘 들리는 이어폰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하이햇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이어폰 중 하나라고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음의 경우 양감이 제퍼보다는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밸런스가 깨질 정도로 과하지는 않습니다. 저음이 크게 강조되기를 원하신다면 부족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소리에서 약간의 저음 강조를 원하신다면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보컬을 포함한 전반적인 해상도가 상당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_Kt3OUav7M

Tchaikovsky Violin Concerto by Itzhak Perlman and the Philadelphia Orchestra

제퍼와 비교했을 때 바이올린 소리의 질감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바이올린 소리의 경우 제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에 그 질감을 잘 구별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녹음 장비와 좋은 이어폰/헤드폰/스피커가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어폰은 그 질감을 세세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만, 칸은 이를 상당히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표현력을 위해서인지 음선은 제퍼보다 얇았습니다. 전반적인 분리도는 좋았으며, 서로 다른 음역대 간의 괴리감 또한 느끼지 못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pgTC9MDx1o

Maroon5 – Animals

제퍼와 비교했을 때 더욱 청량감 있는 시원한 사운드라고 느껴졌습니다. 음선이 상대적으로 얇고, 이로 인해 표현이 더욱 세밀해지는 것은 앞선 곡에서와 동일하게 느꼈습니다. 극저음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기에 곡의 배경에 깔리는 극저음도 보다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위 링크의 영상 기준 약 1분 40초 정도의 시점에 등장하는 탬버린(?) 비슷한 사운드가 배경에 작게, 하지만 규칙적으로 나오는데요, 칸은 이 소리를 굉장히 선명하게 들려줍니다. 이 또한 제가 들어본 이어폰 중 독보적이었습니다. 플래그쉽을 포함한 대부분 이어폰에서는 해당 사운드가 집중해서 들어야 들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칸은 이 소리를 절대로 놓치지 않게 해 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KJiM9Njr8

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제퍼에서 극찬했던 탐탐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 가격대의 이어폰과 비교했을 때 탐탐 소리의 질감이 뒤처지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대역의 소리가 전반적으로 덜 강조되었으나, 다른 이어폰과 비교했을 때 밸런스가 깨지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음의 경우에는 양감은 제퍼보다 많지만, 여전히 노블스러운 단단함과 절제감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곡에서도 하이햇 소리가 굉장히 선명하게 들림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서 테스트하고자 했던 꽉 찬 소리의 표현도 뭉개짐 없이 잘 전달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RbPAVnqtcs

볼빨간사춘기 – 여행

이 곡에서는 저음이 제퍼보다는 더욱 잔향감이 있고 퍼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퍼와 비교했을 때 그런 것이지, 저음이 지나치게 퍼지거나 다른 주파수 대역을 침범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저음이 지나치게 절제된 것보다는 잔향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을 선호하는 분께 맞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컬이 제퍼보다 덜 강조된 느낌이었기에 제퍼가 레퍼런스 성향임을 고려할 때 약한 V자의 튜닝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칸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V자인 튜닝을 가졌습니다. 저음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강조되어 있고, 고음이 정말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해상도 높고 시원한 고음과 함께 저음도 충분히 울려주는, 그러나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소리를 원하시는 분께 최적의 이어폰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올라운더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지라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이어폰임은 분명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제퍼와 칸만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다른 노블오디오의 이어폰들을 접했을 때도 이건 아니다 싶은 이어폰은 없었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소리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해상도가 높으며 중고음에 답답한 느낌이 없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들어본 노블오디오의 이어폰들은 이 조건을 잘 충족시켰습니다. 위 조건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소리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텐데, 존 몰튼 박사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리뷰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사운드스퀘어에 감사의 말씀 드리며, 앞으로 출시될 노블오디오의 제품들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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